'산재 사망' 법원 양형 이유
2019년 9월 경남 양산시 한 공사현장에서 52세 노동자가 콘크리트 거푸집 작업 중 2.85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업체 대표는 안전벨트·작업발판 등 추락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9월 울산지방법원은 업체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기본적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및 공사비·공사기간 제약에 따른 구조적 문제도 사고 발생에 기여했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여러 비판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산재에 대한 엄벌주의를 택하고 있지 않은 현 상황’은 어떨까. 경향신문이 지난해 산재 사망 1심 판결문 178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대개 500만원 남짓의 벌금형을 받았고, 96.7%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엄벌’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숫자이고, 일하다 죽는 사람들은 매일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울산지법 판결문에는 산재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피고인 잘못도 있지만, 현장 인부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라며 피해자 과실도 탓했다. 그러면서 “유가족과 합의한 점을 참작한다”며 주문을 마무리하는 패턴은 178건의 판결문에서 수없이 되풀이된다. 해당 공사대금으로 8억6900만원을 받고 700만원을 벌금으로 낸 대표는 2006년 노동자 추락사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관련기사
[2020년 산안법 위반 1심 판결 전수조사](하)“피해자 과실” “합의 참작”…96.7% 집유 낳은 ‘붕어빵 판결’
<경향신문 2021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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