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조 설립 일지

 

 

 

 

‘함께 가야 지치지 않고, 같이 가야 오래간다.’ 파리바게뜨지회 사무실 입구 ‘응원의 한 마디’ 게시판에 적힌 문구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건물 지회 사무실 문을 열자 임종린 지회장(사진)과 최유경 수석 부지회장이 일어서 기자를 맞았다.

단풍이 물든 건물 앞 화단에서 촬영부터 시작했다.

“사진 찍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던 임 지회장은 긴장한 듯 “아” 짧은 탄식을 뱉었다. 최 수석이 촬영 중인 임 지회장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서로 눈을 마주치자 큰 웃음이 터졌다. 최 수석이 말했다. “노조 단톡방에 인터뷰한다고 알렸더니 기대된다고 난리예요.”

사무실 책상에 임 지회장, 최 수석과 마주 앉았다. “잠시만요.” 임 지회장이 스케치북과 연필을 가져왔다. 용도를 금세 알게 됐다. 파리바게뜨 본사(SPC)·협력사·제빵기사·가맹점주 4자 관계를 이해하려면 도식화는 필수였다. 임 지회장이 스케치북에 피라미드를 그려 제빵기사 직무 구조를 설명했다.

임 지회장은 1984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외환위기 때 집안 형편이 기울었다. 경북 상주로 이사했고, 경기 시흥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만 세 번 옮겼다. 꿈이 없었다. 대학은 한 학기만 다녔다. 20대 초반 다단계 회사에 들어갔다 도망쳤다. ‘어쩌다’ 파리바게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엉겁결에’ 협력사 제빵기사가 됐다. ‘핵심 인재교육’을 받고, 승진도 했다.

‘본사직 전환 기회’는 말뿐이었다. 유리천장에도 부딪혔다. 회사는 ‘교육 수당 5만원’마저 뺏어갔다. 돈 5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부당한 처사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투쟁의 시작이었다. 빼앗긴 수당을 돌려받으려고 정의당 노동상담창구 ‘비상구’를 찾았다. ‘불법파견’의 뜻을 그날 처음 알았다. 문제를 공론화했다. 노조를 만들었다. 아직도 싸운다.

 

 

 

 

 

■관련기사

[커버스토리]"섬처럼 흩어진 점포서 꿋꿋하게 함께한 제빵기사들이 ‘진짜 영웅’이죠”

<경향신문 2020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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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신문 DB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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